2014년 1월 6일 월요일

20/12/2013 Day 4, Varanasi

AM 5 – 날 밤샜다. General Quarter에서 잠을 자면서 가는 것은 사치인 듯 싶다. 새벽 3~4시쯤 지나니까, 눈만 감으면 꿈을 꾸게 되는 피곤함까지 이어졌다. 그러다가 깨고, 다시 눈을 감으면 꿈을 꾸고.. 그렇게 8시까지 이어졌다. 본래에는 5시에 도착 예정이었지만, 기차가 가는 동안 가다 멈췄다를 반복하더니 3시간이나 지연되었다.


AM 9 –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각이다. 다행히 도착하자마자 General Enquiry에서 티켓을 구입하였다. 단 돈 165루피(세 명 포함). 열차는 어제와 비슷하게 5분 후에 출발할 예정이라, 또다시 Platform까지 뛰어가야 했다. 일단 기차의 자리를 잡고, 어제 밤부터 굶주린 탓에 너무나 배가 고파, Platform에서 파는 케익과 콜라 각각 3개씩을 사고 잽싸게 열차에 올라탔다. 두 명의 캐나다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주니까,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여유가 생기니 다시 수다삼매경. 인도의 고개를 젓는 Yes 표현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리고 재미있던 점은, 이들도 Indian English를 전혀 이해 못하겠다고 한다. 처음에 나는 이 친구들이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말로 못 알아듣고 있었다. 어쩌면 나의 네 달 동안의 경험이, 이렇게 나도 모르게 성장시킨 듯 한 느낌도 들었다. 이들은 내일 Varanasi를 떠날 예정이고, 내년 4월 전까지, 인도, 스리랑카 등 동남 아시아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참 부러웠다. 나도 여행을 참 좋아하지만, 이렇게 장기간 여행한 적은 없기에.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하기에 급급한 대한민국 대학생들과는 달리, 자신의 신념에 맞게 행동하는 그들이 부러웠던 순간. 이제 한 시간 후에 드디어 Varanasi에 도착한다. 내게 Varanasi에서 주어진 시각은 약 10시간. 어쩌면 인도에서의 마지막 Sightseeing. 역시나 많이 눈에 담고 귀로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잠을 못자서 조금 피곤하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다행히도 이제 코찔찔이는 아니다. 아 참, 오늘따라 날씨가 완전 Foggy에 공기가 쌀쌀하다. 밤새 추워서 얼어 죽을 뻔.

PM 12 – 모든 하루를 정리하고 글을 남기고 있다. 예정에는 한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예정이던 Varanasi는 무려 4시간에 걸쳐서 도착하였다. Allahabad에서 부랴부랴 산 티켓으로 다시 General seat으로 앉았지만, 어제와 비교하여 쾌적한 자리를 앉을 수 있었다. 전날 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케익과 콜라 한 개씩을 사서 여정을 즐겼다. 창 밖으로 Bangalore에서 Agra로 갈 때와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평범한 시골마을이 보이는가 하면, 농사를 짓는 농부들도 보이기도 하며, 아이들이 크리켓을 즐기고 있기도 하다. 어느 시골 역에 잠시 정차하면, 여전히 기차 칸으로 짜이 같은 음식을 파는 아저씨가 들어온다. Jordan은 피곤한지 계속 자면서 가고, Kyle과는 계속하여 수다를 떨었다. Varanasi로 향할수록 사람들이 점차 열차를 가득 채웠는데, 다행히 우리자리에 있던 사람은 스마트한 한 학생과 젊은 직장인으로, 역시나 수다를 떨면서 갔다. 여느 때와 같은 어디서 왔니, 무슨 일을 하냐 등등. 전혀 계획이 없었던 Varanasi에 대해 간략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구간을 기차여행 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Varanasi까지 3개 역 정도 남았다 그래서 3개 역을 세면서 기다리고 나면, 5개 역이 남았다, 그러다가 다시 3개 역이 남았다를 반복하며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 그렇게 Varanasi 4시간을 갔다. 조금 답답하기는 했지만, 어찌됐던 모두의 목적지는 Varanasi 였기에 큰 걱정을 하고 있진 않았다. New Delhi로 돌아오는 기차티켓도 부족하지 않다는 말에 안도를 하며, 도착만을 기다렸다.


PM 1 - Varanasi역을 드디어 도착했다. 대낮이라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New Delhi로 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Foreigner office를 찾았다. 이전의 다른 곳과는 달리 깔끔하고, 친절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본래에는 다음날 새벽 1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자 했지만, 자리가 없어서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고 가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오히려 더 다행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Varanasi의 밤과 아침을 동시에 볼 수 있었기에.. 비록 New Delhi에서 시간을 못 보내게 되었지만. 뿐만 아니라, 본래 Varanasi에서 당일 저녁에 Chennai로 향할 예정이던 두 친구가, 일정을 바꿔 나와 같은 스케줄로 New Delhi로 가서 Colombo, Sri Ranka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Varanasi에서 이 친구들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기차티켓을 예매하고, 아까 기차에서 친구가 알려준 호텔로 향했다.


PM 2 – 이번 여행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호텔에 왔다. 나는 Double Room Single로 이용하여 Fee 400루피를 냈고, 위치 또한 갠지스강과 가까웠다. 이틀 만에 샤워를 하고, 캐나다 친구들과 릭샤를 예약하고, 관광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우선 간 곳은 대학교 내에 있는 큰 사원. 캠퍼스 내에 위치한 이 사원은, Varanasi 내에서 제일 큰 힌두 사원이라고 한다. 입장료는 따로 없었고, 역시나 신발을 벗고 다녀야 했다. 사원 내에서 수 명의 남자들이 힌두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한 명의 종교인이 이마에 점을 찍어주며,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뿐만 아니라, 사원 안의 벽들을 꾸며놓은 문양들이 상당히 기괴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는데, 마치 타로카드 속 문양을 연상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는가 하면, 힌두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불교 문양이 그려져 있기도 하였다. 오디오 가이드가 절실히 필요했던 순간.. 두 캐나다 친구들은 이런 문양들이 신기한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PM 3 – 다음으로 향한 곳은 Monkey Temple. 이름 그대로 원숭이가 정말 많았던 사원으로, 많은 힌두신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카메라와 핸드폰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여, 사진을 남기지 못했지만 꽤나 인상 깊었다. 동굴 비슷한 곳에서 간절하게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모습이 너무나 진지해 보였다. 이에 비해 사원의 입구는 원숭이들로 가득했는데, 이 곳 사람들 말에 의하면, 사원에 원숭이가 많을수록, 더 영험하고 신의 기운이 깃드는 곳이라고 한다. 캐나다 친구들이 전에 갔던 Jaipur에는 길거리마다 원숭이가 참 많은데, 지갑을 그들에게 뺏길뻔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다. Monkey temple을 지나서 간 곳은 Mother temple. 꽤나 긴 거리를 가야 했다. 겉에서 보기에는 이 곳이 유명한 곳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허름한 느낌이 가득했다. 사원 입구에 들어가는데, 꽤나 흥미로운 것이 눈에 들어왔다. 코브라와 원숭이들이 재주를 부리는데, 주인 아저씨가 우리들에게 코브라를 안아보라고 건네준다. 느낌은 역사상 최악이었다.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그 비늘의 느낌. 다시는 느껴보고 싶지 않다. 두 캐나다 친구는 꽤나 흥미로웠나 보다. 사원 내에도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인도 전체 나라의 모습을 지도화하여 꾸며놓은 점이 기억에 남았다. 사원을 모두 둘러보고, 실크 거리를 조금 둘러보고, 저녁식사를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옥상에 작은 식당이 있는데, 이 곳에서 Cheese Tomato Spagetti Butter Naan을 먹었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갠지스강의 붉은 불빛이 참 호기심을 자극해서, 식사를 빨리 마치고 가고 싶었다. 마치 저 불빛이 있는 곳은 다른 세상의 느낌을 주었고, 무언가가 자꾸 이끄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두 캐나다 친구는 너무 피곤하다고 하여 숙소로 돌아가고, 혼자 길을 나섰다.



PM 6 – 호텔 Server가 알려준 Aggi Gaht로 향했다. 호텔에서 가깝기도 하고, Varanasi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Gaht인데, 여기서 Gaht의 의미는 선착장이라고 한다. 이 곳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검은 갠지스강의 형체가 보이고, 불빛을 내는 어떠한 것을 들고 기도를 올리는 한 종교인과 그 밑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밤의 갠지스 강의 모습만으로도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는데, 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더욱 더 경건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강변을 따라서 각각의 Gaht를 보기 위해 한걸음씩 위로 올라갔다. 방금 저녁을 하면서 궁금하게 만들었던 붉은 빛의 정체는 단순히 가로등으로써, 강변에 미쳐서 그 불빛이 퍼져서 엄청나게 큰 붉은 빛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여전히 보트를 타겠냐고 권하는 거리의 아이들, 하루를 마무리하고 목욕을 하는 사람들, 빨래를 하는 사람들. 꽤나 차가운 갠지스 강의 공기는 하루의 끝을 준비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품으며, 갠지스 강의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가 한 곳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화장터. 낮에 릭샤로 이동하면서, 시신을 운반하는 가족 무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이 이 곳 화장터에서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뚜렷하게 보이는 죽은 이의 형체와, 그들을 덮은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빛들. 이를 진행하는 종교인과, 이를 주위에서 지켜보는 가족들. 한 곳에서 세 네 구의 시신들이 동시에 타오르고, 특유의 냄새와 타오르는 연기를 내뿜고 있다. 참으로 신기했던 것은, 그들도 불과 몇 일전까지만 해도 함께 사랑했던 가족들이었을 텐데, 눈물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모습으로 이를 또렷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종교적인 의미가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데, 너무나 이상한 기분. 그런 의식 옆에서는 음악을 크게 틀고 춤을 추고 있는 젊은 무리들. 화장을 마무리하고 재를 강에 뿌리고 그 물로 몸을 씻고, 뺄래를 하고갠지스라는 의미가 엄마라고 하는데, 의미 그대로 모든 것을 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의 잔잔한 흐름과 함께 떠내려오는 Gore의 작은 불빛들을 뒤로 하고, 다시 굽이
굽이 좁은 골목을 따라서 호텔로 돌아왔다. 이 곳에서 갠지스 강의 모습을 눈에 담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저 지금의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단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이를 사진기
에 담기를 반복. 점점 이 곳을 떠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PM 11 – 숙소에 도착해서, 메신저를 하면서 사진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Wifi가 불안정하다. 한국에서 온 메시지들에 대답을 못해주었다. 오늘 하루 생사확인을 못하고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세은이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의 안부를 서로 물었다. 친구들은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다들 회식을 하고 온 모양이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인데, 언제나 그렇듯 참 재밌는 친구들. 참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낸 어제 밤과는 달리, 오늘 밤은 평온하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기대된다. 인도에서 보낼 수 있는 시계의 속도가 점차 빨라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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