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9 - 아침 9시에 기상을 했다. 잠귀가 밝아 예민한 편인데, 기차 특유의 조금의 진동 말고는 잠자리가
불편하진 않았다. 비록 1층에서 주무시는 CEO 분이 약간 코를 골아서 조금 뒤척이긴 했지만.. 그리고 자고
눈을 떠보니, 옆 침대라인 2층에 어떤 여성분이 자고 있다. 옆으로 누워서 자는 나는, 눈을 뜨자마자 한 여성이 자고 있어서
순간 깜짝 놀랐다. 어제 사온 카스텔라와 초코파이 한 개와 콜라 한 모금으로 아침을 때웠다. 그리고 씻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좁은 세면대에서 간단히 머리 감고, 세수하고, 이 닦고… 그리고 거울을 보니 얼굴이 부은 거 같아, 열차 끝에서 끝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나는 A2 칸으로 상위 칸이기 때문에, 거의 열차 끝에서 끝으로 걷는 편. 걸을수록 기차 객실 등급이 낮은 칸으로 내려간다. 마치 설국열차처럼… A3칸에 가보니 한 칸에 승객 6명. 하지만 에어컨은 나온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첫인상이 좋진 않았지만, 젊은 친구들은 Apple Macpro를 가지고 작업을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엄마, 아직 여전히 꿈나라에 들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래도 역시 대부분은
기차에서의 수다. 그렇게 한칸 한칸 내려갈수록 사람들이 점점 북적거리고, 외국인인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얘는 뭐지?” 하는 눈빛으로 바뀌어 간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약간의 시간만
있으면 쉽게 마음을 열어주어, 이내 곳 순수한 표정을 지어주며 반겨준다. 아이들의 눈을 보고 손을 잡는걸 상당히 좋아하는데, “Good
morning~” 인사를 할 때마다 아이들이 방긋 웃어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세계
어디에서나 아기들의 표정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그리고 열차 제일 끝으로 가보니 왠 키친이 있다. 중국집 키친에 들어온 느낌.
A1, A2로 갈수록 승객들은 창문을 닫고, 제공되는 에어컨마저 Off를 시켜놓는 반면, 하위 칸으로 내려갈수록 창문을 활짝 열고, 가지고 온 Fan을 돌리고 있다. 여유 있게 제공되는 전기 콘센트마저, 하위 칸으로 내려갈수록 전체 열차 한량에서 복도에 비치된 한 개의 콘센트. 거기에
멀티 콘센트를 연결하여 여러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현실. 비록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같은 열차, 다른 등급을 이용하지만, 목적지로 향해가는 각각의 사람들의 도착에
대한 설레임 만큼은 지금 북쪽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한 개의 열차에 담겨 갈거라 생각한다.
40시간이라는 장거리 기차여행에서 인도사람들은 어떻게 있을까, 혹은 아침운동으로 시작된 열차 내 산책. 여전히 콧물이 많이 나고, 몸도 약간 으슬으슬 하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이제부터 여행계획을
세워볼까 한다. (아직까지 무 계획 중)
PM 12 – 여행계획을 짜려다가 잠들었다. 몸살감기약 한 알을 먹으니 잠이 스르르… 내 객실 사람들은 참 잰틀(?)하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게 커튼을 닫고, 복도 쪽 커튼을 닫고 조용히 영화를 Share 하는데, Hindi로 추정이 된다. 나만 못 알아 듣는데 ,다들 깔깔 웃고 있다. 역시나 점심은 빵과 초코파이와 콜라 약간의
모금. 이제 식량이 다 떨어져가는데, 걱정이 된다.
PM 2 – 아랫 칸 친구가 영화 인셉션을 보고 있는 네게 많은 질문들을
했다
. Software engieneering을 전공하는 그 친구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잡는데 많은 관심이
있었다
. 같은 신분에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로써는 남 얘기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 미국에서 일자리를 새로 잡고자 하는데
, 컨택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데
그 방법을 알고 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 물론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었지만
, 내가 했던 것들에 대해 말해주면서 서로의 답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을 해보았다
.
나보다
1살 어린 이 친구도
, 곧 일을 시작하게
될 나도
..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계속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듯 하다
.
창 밖의 풍경이 너무나 흥미롭다. 제주도 산방산 같은 분화구가 갑자기
나타나는가 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이 갑자기 불쑥 나타나는가 하면, 마치 잠시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온 듯 고대 시골마을이 나타나기도 한다. 밑에
칸 친구는 Gate로 나가서 사진을 찍으라고 하는데, 그러다가
“나 다시 돌아갈래~” 꼴이 날 까봐 그냥 창 밖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
PM 3 – 잠시 어느 기차역에 멈춰 섰다. 때
맞춰 나도 썬글래스와 모자를 쓰고 나가서 오랜만에 걸어보았다(순간
Gravity에서 Sandra Block이 지구로 돌아왔을 때가 생각나는 건 뭘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West India의 한 도시라고
한다. 날씨는 Bangalore 보다 약간 더운 느낌. 한적한 시골마을처럼 느껴지지만, 주변에 높은 건물들도 보이는 걸
보니 그리 작은 도시는 아닌 듯 하다. 역시나 휴식을 위해 기차 바깥으로 나온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같이 찍어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인도인들은 카메라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어린 아이들도 사진을 찍고 보여주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눈망울로 미소를 지어주곤 한다. 해를 보니 이제 점점 기울어져 간다. 이렇게 약 12시간만 더 가면
Tajimahal을 볼 수 있겠지?
PM 5 – 옆 침대 칸 한 켠이 비어있길래 거기서 놀다가 맞은편에 Stamford Univ 에 다니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이야기 하던
도중에 바나나 튀김 같은걸 파는 아저씨가 들어오셨는데, 내가 잔돈이 없어서 주저하자 친구가 선뜻 100루피를 주며 사주었다. (나 그래도 부족함은 없이 자라왔는데…) 생긴 게 매울 거 같아서 몹시 두려웠지만, 역시나 맛은 최고! 종로 거리의 포장마차에서 튀김을 먹는 느낌이 순간 들었다. 100루피
사준 것에 대한 보답은 부족하지만 역시 초코파이~ 그래도 역시 좋아한다. 친구가 남북한의 관계에 대해 몹시 흥미로워 했다. 정치적인 차이점부터
사람들의 차이, 다른 세계에서 한국사람을 만났을 때 에티켓 등을 가르쳐주었다. 뿐만 아니라, 군대 이야기를 과장 약간 보태서 해주었는데 몹시 즐거워한다. 역시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고 볼 일인가
보다. 어느덧 시간도 해가 뉘엇뉘엇 져 간다. 기차여행이
몹시 지루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코찔찔이 이지만, 역시나 여전히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다만 저녁에 먹을 주전부리가
없어서 걱정이긴 하지만..
PM 7 – 여행계획을 대충 세웠다.
여행계획이라고 해 봤자 가이드북 다 읽어보기.. Sightseeing Schedule as a
hour는 없고, 그저 여기 여기 가보자 정도. 일단
내일은 하루 동안 Tajimahal, Agra castle 정도, 대신에
깊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 그리고 Agra에서 Varanasi로 가는 기차를 사야만 하는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잠시 정차하는 역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우선 저녁거리를 구입했는데, 무려 20루피를 주고 바나나 한 다발을 샀다. 저녁으로 바나나는 물론 충분하지 않지만, 그나마 가장 먹거리라고
생각한다. 먹고 다시 물갈이 하는 거 아닐지 모르겠는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맛 하나는 좋다. 저녁으로 바나나를 먹고 나서,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에게 엽서를 썼다. 어느 장소에서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여행 중에는 몇 마디 끄적여줘야 하는 의무감에서 지금의 감정을 남겨보았다. 대한민국에서 엽서를 받으면 좋아하겠지? 물론 나는 오그라들겠지만..
PM 9 – 하루를 정리하고 잠들기 직전이다. 밑에 CEO 아저씨가 코찔찔이인 내가 걱정됐는지 콧물을 멈추게 하는
약이라고 주는데, 냄새를 맡으면 바로 낫는다고 해서 해봤는데.. 영
효과가 없다. 약은 역시 양약인 듯 하다. 감기몸살 약을
한 개 먹으니 잠이 스르르 오려고 한다. Agra가 많이 춥다고 하는데 걱정이지만,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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